[묵상] 이사야 36:1~22 「악의 소동, 선의 침묵」

21절. 그러나 그들이 잠잠하여 한 말도 대답하지 아니하였으니, 이는 왕이 그들에게 명령하여 대답하지 말라 하였음이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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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롱과 비난]

(1~3) 갈등을 좋아할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비바람 눈보라를 맞으면서 걸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유다에게 앗수르의 압박은 혹독한 겨울 바람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들은 힘이 있고, 무자비하고, 거친 입을 가졌습니다. 그들이 유다를 궁지로 몰아 세우고 있습니다.

(4~6) 갈등은 룰이 지켜지는 스포츠 경기가 아닙니다. 거짓과 과장으로 정신을 못 차리게 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집중해 보십시오. 이들에게도 패턴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공격은 ‘비난’입니다. 원수는 지나온 삶을 비난하고, 과거를 부정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실패자라는 낙인을 찍습니다.

(7~10) 이어지는 공격은 ‘조롱’입니다. ‘비난’이 과거에 대한 왜곡이라면, ‘조롱’은 현재에 대한 부정입니다. 조롱을 통해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손과 발의 힘을 빼놓습니다. 스스로 주저앉게 하는 게 목적이지요.

(11~20) 결정적인 공격은 ‘겁박’입니다. 이것은 미래에 대한 공격입니다. ‘겁박’은 ‘두려움’을 마음에 심어 놓으려는 적극적인 도전인데, 두려움이 마음에 뿌리 내리면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게 됩니다. 살아있다 한들 죽은 것과 한 가지입니다.

[침묵, 하늘의 언어]

(21~22) 폭풍 같은 공격을 받을 때, 우리의 몸과 맘은 녹초가 됩니다. 유다와 히스기야 왕이 비슷한 처지였던 겁니다. 그렇다면 제 몸을 스스로 가누지 못하고 쓰러져 있어야만 합니까? 아닙니다. 지쳐 누워있을 때 비로서 하늘이 보입니다. 우리는 세상을 향해 변명하지 않습니다. 세상을 설득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볼 때는 침묵 같지만, 침묵은 하늘과 통하는 언어이고, 기도의 문법입니다.

[누구나 죽고 싶은 때가 있다]

유다는 벼랑 끝에 서 있습니다. 한 발짝도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누구나 벼랑 끝에 서 있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습니다. 사실과 다른 조롱과 비난이 파도처럼 밀려올 때, 사람도 만나보고 변론도 해보지만 모든 게 무용지물입니다. 절정에 이르면 그냥 다 포기하고 ‘도망치고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그 순간 우리에겐 침묵이라는 기도가 필요합니다. 침묵은 결코 가벼운 언어가 아닙니다. 하늘을 그리워하는 침묵은 묵직한 울림이 있습니다. 세상이 맥락 없는 비난과 조롱으로 몰아칠 때, 침묵의 기도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가 됩니다. 하나님과 함께하는 침묵은 없음이 아니라, 가득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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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2. 노병균목사 『아침묵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