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절. 예수께서 그곳에 이르사 쳐다보시고 이르시되 삭개오야 속히 내려오라 내가 오늘 네 집에 유하여야 하겠다 하시니
[여리고로 들어가시다]
1. 우연과 같은 섭리가 있습니다. 우연과 섭리의 차이는 뜻의 유무입니다. 뜻 있는 발걸음은 섭리의 한 자락이고, 뜻 없는 발걸음은 모든 것이 우연입니다.
2. 세상은 의지들의 집합체 같지만, 조금 들여다 보면, 사람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물살에 더 가깝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은 영문도 모르고 그 흐름에 떠밀려 갑니다.
3. 잠을 깨고, 일터에 나가고, 말을 하고, 밥을 먹고,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다 다시 한 평 자리에 눕습니다.
4. 이렇게 다를 바 없는 회색 시간 속에 한 뜻이 점처럼 찍힙니다. ‘예수께서 여리고로 들어가시다’ 예수는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들어가고 있습니다.
[삭개오라는 사람이 있으니]
5. 삭개오는 그 마을에 늘 살던 사람입니다. 늘 보던 사람들, 늘 보던 나무 그리고 이젠 자신의 피부처럼 하나가 된 늘 하던 일과 일터.
6. 이 떠밀려 가던 시간에 한 사람이 찾아오면서 균열이 생겼습니다. 시간 멈춰버린 듯했고, 모든 마을은 일상을 멈추고, 그 사람 앞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7. 바삐 움직이던 사람들이 멈추자, 삭개오의 시간도 함께 멈춰 버립니다. 이 순간 그는 할 일이 없습니다.
8. 멈춰 선 그 순간 삭개오의 시선은 이 일상을 멈춰버린 그 사람 예수에게로 향합니다. 그 눈맞춤을 위해 어른이 되고 잊었던 나무에 오르는 일을 생각합니다.
[속히 내려오라]
9. 나무에 올라갔을 때, 삭개오는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과 마주합니다. 그리고 그가 말을 걸어옵니다. “삭개오야 속히 내려오라. 오늘 내가 너와 함께 있으마.”
10. 세상의 흐름에 떠밀려가던 그의 삶이 역류하는 순간입니다. 빠르고 열심히 달려가면서도 늘 해결되지 않던 답답함에서 해방되는 순간입니다.
11. 일상이 정상이 아닐 수 있습니다. 열심이 진심이 아닐 수 있고, 빠름이 바름이 아닐 수 있습니다. 멈추십시오. 그리고 시간 안에 들어와 계신 그 분을 찾으십시오.
12. 어쩌면 이미 나를 주목하고 있는 그 시선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그
불안한
나무
위에서
내려오십시오.
2017.03.23. 노병균목사 『아침묵상』 ‘멈춤, 맞춤
그리고
머뭄’
'묵상 > 아침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묵상] 누가복음 20:1-8 「타자의 추방」 (0) | 2017.03.27 |
---|---|
[묵상] 누가복음 19:11-27 「주께서 맡기신 일」 (0) | 2017.03.24 |
[묵상] 누가복음 17:11-21 「이미 임한 하나님 나라」 (0) | 2017.03.17 |
[묵상] 누가복음 17:1-10 「나의 자리」 (0) | 2017.03.16 |
[묵상] 누가복음 16:1-13 「주권의 문제」 (0) | 2017.03.14 |